어쩌다보니 한편 더 썼네여!!ㅋㅋㅋㅋㅋ아 진짜 바보같다 기껏 단편으로 써놓고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이게 뭐하는 짓이람....사실 한편 더 쓰고싶은데 그럼 진짜 유종의 미가 사라지므로 여기서 끗^^!!이제 진짜 이런 바1보같은짓 안할게여.....으으 멍청해.....
이래도 되는걸까. 겨우 내 생각을 지우고 사는 마음을 괜히 뒤흔들어 놓는 게 아닐까.
그 모든 우려도, 걱정도 당신 기척 배어든 장소 앞에선 부질없는 고민이었다.
기어코 나는 내 순수한 이기심으로 뭉친 그 편지를 건네고야 말았다. 내심 바랐다. 그 문지기가 저를 우습게 여기고 몰래 뒤돌아서 구겨 버리기를. 그러기엔 그 순박한 얼굴이 너무 진지했다. 몇 번이고 제대로 전할 테니 걱정 말라며 당부하는 그 순진한 얼굴에서 나는 가벼운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거절당했다면 좋았을텐데. 나는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을 이기심으로 대했다. 심지어 이 짧은 순간에도.
내 새벽은 그 날부터 언제나 목이 졸린 상태였다.
전장의가 되기로 마음 먹고 학교를 나선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은 말라붙은 피딱지와 흙먼지로 꽉 들어찼다. 당신 손 끝이 스치던, 물기 어린 차 향기가 가득하던 그 장소는 마음 한 켠에만 남아 내 아침을 적셨다. 우습게도 나는 이 모든 고생이 후회스럽지 않았다. 살아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피가 흐르고 비명이 먹먹하게 들어찬 그 장소에서 나는 살아있음을 사무치게 느꼈다. 그 모든 죽음과 꺼져가는 삶을 앞에 두고 나는 소리 없이 울부짖고, 또 그 꺼져가는 것들을 도로 피워놓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같은 진리를 깨달았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졸업 전부터 몇번이고 되새기던 진리는 어느 샌가 내 뼛 속까지 깊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몇번의 불면의 밤을 보내고서야 깨달았다. 고생으로 거칠어진 내 얼굴이, 그 뺨을 쓰는 제 손이 누군가의 감촉과 매우 비슷해져 있음을.
그건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 사람이 그제껏 해 온 고생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는, 그런 경험이었으니까.
건조하게 마르고 굳은 살이 박힌 피부에서 나는 당신을 느꼈다. 전쟁터의 긴장감 때문에 잠들지 못하던 새벽은 어느샌가 그 살해자가 바뀌어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이 거칠어진 손에 희미하게나마 당신 자취가 녹아있음이 너무도 기적같아서, 그래서 나는 언제나 동이 트는 하늘을 뜬 눈으로 맞았다.
가끔씩 그 새벽들은 지독한 무언가가 되어 내 마음을 저몄다. 그런 새벽은 유달리 괴로웠다. 당신을 추억하는 다른 모든 축복같은 새벽과는 다르게, 그런 날이면 나는 조각잠을 자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을 보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문장을 엮었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언제나 같은 결과를 맞았다. 겨우 한 마디, 잘 지내고 있다는 문장을 끝으로 아무 것도 쓰지 못한 종이가 품 안에 수북히 쌓였다.
그 종이들이 품 안에 두툼하게 쌓일 무렵이었다.
나는 그 유달리 괴로운 새벽 중 하나를 맞았고, 또 다시 당신 꿈을 꾸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꿈 속의 당신은 숨이 꺼져가고 있었다. 그 익숙한 눈매가 천천히 어둠에 잠기는 모습은 내 모든 신경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 그 편지들 중 하나를 집어 마주했다. 그리고 그 날처럼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무도 이기적이어서 슬펐다. 그 날의 당신이 또렷히 기억났다. 그 놀란 듯한 얼굴. 창 밖에서 희미하게 풍기는 여름 과일 여무는 향기. 당신 손에 쥐여진 그 찻잔. 나는 아직까지도 그 모든것을 너무 그리워했다. 그리고 그 진리가 한번 더 내게 속삭였다. 그도, 너도 언젠가 죽는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 붓을 들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에 모든 것이 발 아래로 산산히 부서질 것 같았다. 품 속에 두툼하게 쌓인 쓰다 만 편지 중, 가장 고운 종이를 골라 마주했다. 그리고 다시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시답잖은 안부 이야기가 몇 줄이 되어 쌓이자, 손이 턱하고 멎었다. 나는 그 이상 쓸 수가 없었다.
눈 앞이 너무 흐렸다.
이 장소가 너무도 당연스러워진 내가 지독하게 싫었다.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당신 곁에 있었을텐데. 내가 좀 덜 이기적이었다면.
부옇게 흐린 시야 너머로 간신히 마지막 문장을 맺었다.
그리워 말고 편안히 계세요.
.......환하게 깨어있어요. 당신 기억이 너무 크고 밝아서 가장 깊은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이렇게 깨어있어요. 그러니까 당신은 편히 잠드세요. 당신 몫 걱정도 그리움도 다 해서 제가 깨어있을게요. 그러니, 부디, 그리워 말고 편히 쉬세요. 제발.
당신 그리움에 내 새벽이 익사해서, 그래서 이렇게 앞이 흐렸다. 그렇게 생각하자 차라리 기뻤다. 그렇다면야 이 불면은 축복이었다. 당신 손 끝에서 빚어진, 그런 축복.
그래서 나는 기쁘게 흰 새벽을 맞이했다. 저 터오는 동 너머에 당신이 잠들어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이렇게나 반짝였다. 그렇게 나는 당신 생각으로 새벽을 맞는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