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 잣이사 편(당신이 마신 찻잔)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쌍닌이랑 다른 커플도 하기로 했어영^0^!! 와 신난다 셀프염장! 나는 혼잔데!!시1발!!! 이것도 잣이사때와 같이 상,하로 나뉩니다! 5학년개그 넘 좋아옇 힣히히히힣힣
그 모든 일은 점심시간, 칸에몽이 무심하게 던진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다.
“그러고 보면, 사부로는 왜 라이조로 변장하고 다니는 거야?”
새삼스러운 질문이었다.
하치야 사부로는 후와 라이조를 진심을 다
해 좋아했다. 그건 5학년 학생들뿐이 아니라 전교생이 아는 사실이었다. 물론 거기에 라이조도 예외는 없었고,
그 사실이 어떻던 간에 둘은 굉장히 친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너무 자주 듣고 보아와서
신물까지 나는 사실이다.
“당연히 사부로가 라이조를 좋아해서잖아.
우리 이 얘기 그만 좀 하면 안돼?”
타케야가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반찬을 뒤적거렸다. 그 표정 깊은 곳에는 염세적인 기운마저 서려 있었다. 쿠쿠치 또한 동의했다. 당장 코 앞만 봐도 저 둘이 좋아서 죽고 못 사는 게 안 보이느냐는
항의조의 대답까지 돌아왔다. 칸에몽은 고개를 설설 저었다.
“아니, 그건 나도 아는데. 좋아하는 거랑 그 얼굴로 변장하고 다니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일순 고요함이 감돌았다.
라이조도 그 질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였다. 모두의
시선이 천천히 사부로에게 꽂혔다. 라이조 몫의 생선을 대신 발라주던 사부로는 미동도 없었다.
마치 세상에 그 외에 무슨 일이 더 중요하느냐는 태도가 참으로 얄미웠다. 결국 타케야,
쿠쿠치 그리고 칸에몽 세 사람만의 열띤 공방이 점심 식탁을 달궜다.
“좋아하면 닮는다잖아.”
두뇌회전이 빠른 쿠쿠치답게 상식적이고 재빠른
대답이 나왔다. 그렇지만 그 의견은 금세 타케야의 반론에
막혀 버렸다.
“이 경우엔 좋아서 같이 지내다
보니 천천히 닮은 게 아니라, 그냥 사부로 멋대로 똑같이 하고 다니는 거잖아. 그럼 넌 진작에 두부를 닮았겠네?”
“그건 그래. 그 이론대로라면 헤이스케는 지금쯤 새하얗고 네모날거고, 하치는 귀랑 꼬리가 달려 있을거야.
아님 더듬이랑 날개 같은 거.”
“여기서 두부 얘기는 왜 나와?
칸에몽 넌 그럼 경단이나 우동 모양쯤 되냐?”
결국 가벼운 설전으로 번진 쓸모 없는 대화는
사부로가 젓가락을 내려놓는 소리에 일제히 멎었다.
도합 네 쌍의 눈동자가 따갑게 사부로에게
꽂혔다. 대답을 재촉하는 시선들을 꿋꿋이 무시하던 사부로는
덤덤하다 못해 무심한 얼굴로 한 마디를 뱉었다.
“그건 내 비밀이야.”
라이조마저 놀란 듯, 식탁 위엔 다 발라진 생선을 포함한 모두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침묵을 먼저 깬 건 타케야였다.
“……솔직히 그딴 거,
안 알아도 그만 알아도 그만이야. 생각해 봐. 우리가 이렇게 아등바등 전전긍긍 하면 할수록 사부로는 의기양양해져서 답을 안 알려 줄 거라고. 그리고 애초에 이 문제가 죽도록 궁금한 사람 있어?”
“하치가 옳아. 만일 뚜렷한 이유가 없고, 그냥 사부로가 그러고 싶어서~ 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면?”
칸에몽이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거렸다. 어찌나 격한 동의의 표현인지, 들고
있는 젓가락에 묻은 국물이 이리저리 튀었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던 쿠쿠치 또한 조심스레 동의했다.
“차마 부정할 수 없는 문장이다.
거기다가 솔직히 그 이유가 있다 한들, 내 정신 건강에 딱히 좋을 것 같지도 않아.
여기서 누구 두 사람만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세 사람의 고개가 일제히 좌우로 저어졌다.
이 대화는 이렇게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귀결되는 듯 했다. 논의의 끝에 앞서, 쿠쿠치는 예의상
본인들 중 한 명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라이조, 라이조는 그 사실이 알고 싶어?”
제발 아니라고 해 달라는 듯한 애절한 칸에몽의 눈빛과 아무래도 좋으니 이 식탁에서 벗어나고
싶다, 대충 대답해 달라는 타케야의 눈빛이 라이조를
어지럽게 했다. 결국 라이조는 어느 쪽으로 대답할 지 모른 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음….그러니까……나는…. 으으, 못 정하겠어….”
“야! 너희가 뭔데 우리 라이조 심기를
어지럽혀! 라이조가 고민하는 건 나에 관련된 주제만으로 족해!”
성공이다. 쿠쿠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저 둘은 저들만의 세상에 빠져 희희낙락 할 테지!
쿠쿠치의 깊은 혜안에 실로 감탄한 칸에몽과 타케야는 멍하니 소리 없는 박수를 쳤다. 역시 쿠쿠치 헤이스케는 지력이 참 뛰어난 학생이었다. 참으로 간만에 그 지혜에 감탄한 둘은
존경에 가까운 눈길로 쿠쿠치를 바라보았다. 콩이 든 식품이 두뇌발달에 좋다더니, 영 헛말은 아닌 것 같았다.
“라이조, 그럼 생각했다가 나중에 알려
줘.”
“그래. 헤이스케, 우리 축구 할까?”
“배구던 축구던 좋으니까 몸을 좀 움직이고 싶어~”
세 사람은 구렁이가 담을 넘듯 느물느물 식당을 나섰다. 점심시간 정도는 저 둘의 애정행각 비슷한 무언가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매일 보다 보니 적응이 된 것도 사실이었지만, 춘풍 불기 시작한 계절에 마주하는
둘만의 세계는 각별히 사무쳤다. 특히나 계절이 풀리면서 마을 곳곳에 나다니게 된 연인들을 보면서 장난스레
분통을 터뜨릴 때면 저희들은 아무 관계 없다는 듯 한 발치 멀리서 바라보는 사부로의 모습이 심기를 굉장히 거슬린 것도 있었다. 아니, 그 부분이 사실 굉장히 큰 지분을 차지했다.
─우리는 사내놈들 가득한 학교에서 푹푹 썩어가며 분을 삭이는데, 저희들끼리만 쌍으로 노닐면 다인가! 하는 근본적인 분노가 깔린 세 사람을 막아 설 것이라곤 라이조의 난감한 미소뿐이었다. 하지만
그 라이조가 고민에 푹 빠져서야, 세 사람이 사부로를 슬슬 피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결국 배구공 하나를 빌려 즐겁게 운동장을 노니는 세 사람에게선 흔히 볼 수 없는 밝은
봄 내음이 났다. 간만에 봄을 진심으로 만끽하는 세 사람에게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천진함마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