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포스타입에 스타워즈를 주로 연성해서 올렸었고 그나마도 3년 전 정도네요 와 시간 정말 빠르네요..;
그간 왜 연성도 못하고 블로그도 포스타입도 내팽겨치고 살았냐면 제가 대학원 유학을 하게 되어서입니다...그렇죠 인생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탱탱볼같은 것이었네요..제가 그걸 너무 늦게 알았나봐요 허참내...
저는 요즘 빵을 정말 맹렬하게 굽고 있고요 박사학위를 따는 그날을 위해 정진하고 있답니다...예...물론 저도 덕통사고를 당해 다시 글을 쓰는 나날을 염원하고 있지만 몸과 정신이 지치기 쉬워진 모양인지 좀처럼 키보드를 두드리게 할 덕통사고를 만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1벨이라도 쓸까 싶어 구상도 하고 다른 글 장르에도 관심을 갖고는 있습니다. 몇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글로 찾아뵙게 되는 날이 곧 오기를 바랍니다.
업뎃이 없는 블로그인데도 찾아와서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아직도 계시다는 것에 놀라움과 기쁨을 느끼며, 어떤 글이건 새로운 글로 다시 서로 만나기를 빕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신 분은 트위터 @Jelly_twit 으로 연락주시면 빠릅니다.
사키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뒤따른다. 덴시치는 갑자기 밀려오는 창피함에 고개를 돌렸다. 아니라고 작게
변명을 거듭하자, 손 안에 작은 상자가 쥐여진다.
“약 먹고, 힘들면 집에 일찍 가. 데려다 줄게.”
사키치는 다정하다.
언뜻 보면 냉랭한 인상의 우등생일 뿐이지만, 주변 사람을 덤덤한 척 상냥하게 챙긴다. 그게 또 자신과의 다른 점일 것이다. 사키치 또한 회계 관련 자격증
공부에 열심이었다. 자신보다도 시험 일자가 가까운 사키치에게 이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다
“괜찮아. 진짜로.”
그렇게 몇 번을 말하고도, 정말로 아프면 말하라는 다짐을 받아내고야 만다. 걱정이 남은 눈길을
남기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사키치를 눈으로 배웅했다. 아직도 찡한 감각이 남은 머리를 정리하려 산책길에
올랐다. 방학도 벌써 한 달뿐이 남지 않았다. 평소라면 북적거릴
동아리 활동도 오늘은 조용하다. 여름 휴가가 한창 피크일 시기이니만큼,
다같이 놀러라도 갔겠지.
머릿속으로 아까 읽던 자격증 수험서를 되새김질하며
좁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넓은 캠퍼스 안을 빙 둘러진 산책로는 몇 안되는 덴시치가 이용하는 교내
시설 중 하나였다. 음대 건물 근처까지 오자, 남은 누군가의
연습 소리가 부드럽게 흐르는 것이 들렸다. 피아노. 바이올린. 협주를 하는 것일까. 선율에 집중해 걷다 보니 퍽 멀리 온 것이
느껴졌다. 표지판을 보자 아차 싶었다. 미대 건물이 모여
있는 부근이었다. 음대 건물 근처까지 왔을 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 정신이
팔려 미처 몰랐다. 같은 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미대에 다닌다고. 덴시치는 멍하니 건물들을 둘러 보았다. 미대 건물이라고 해서 딱히
상경대 건물과 다를 것도 없었지만, 지금은 영 다른 세계 같았다.
그 때였다. 누군가가
옆구리에 짐을 잔뜩 끼고 바로 앞 건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방학인데도 남아서 작품을 완성시키는
학생인 것 같았다. 허리께에 묶인 앞치마 끈이 서툰 리본으로 묶여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올려다 보았을 때였다. 익숙한 머리 색. 아마 고교 시절에서 조금 더 자랐더라면 딱 저만큼의 높이이리라. 사사야마
헤이다유. 잘 아는 이름이 목에 턱 걸려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덴시치는 자기도 모르게 그 뒤를 쫓아 달리고 있었다.
마주치면 얻어 맞을지도 모른다. 경멸하는 눈초리로 폭언을 퍼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차라리 그래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지금 심정이었다. 덴시치는 사과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한 분풀이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면 조금은 덜 후회할지도 몰랐다. 아주 후회하지 않을 수는 없어도, 조금쯤은 그 무게가 덜어질지도
모른다. 용서 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 그저 고여서 썩을
뿐인 후회에 어느 수로를 터 주고 싶었다.
그는 걸음이 빨랐고,
미대 건물 안은 복잡했다.
계단이 여기저기에 얽혀 있었고, 낯익은 등은 아차 하는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건물 안은
을씨년스럽도록 고요했다. 열린 창 너머에서 아까 들리던 선율이 희미하게 번져 들어왔다. 덴시치로서는 정확히 이름 붙일 수 없는 냄새들이 너울거리고 맴돌고, 덴시치는
숨을 고르며 걸음을 멈췄다. 이름 모를 물감이나 석고 냄새가 남실대는 건물 안, 갑자기 묘한 공포감이 덜컥 등을 떠밀었다. 같은 대학 안이라고 해도, 이 곳은 늘 다니던 상경대 건물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사각 건물이었지만 안은 영 딴판이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체중을 불리며 속을 헤집었다. 만일 헤이다유가 맞다면. 만일 헤이다유가 아니라면. 이대로 헤이다유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면. 아니, 이대로 아무 일 없이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 어느
쪽도 머리가 어지럽도록 싫은 명제였다. 가장 싫은 것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 이젠 좀 멀게 느껴지는 그 날. 날짜는 몰라도, 막 봄이 시작되려던 무렵이었다. 졸업을 맞이하려던 때.
덴시치는 억지로 생각을 털어 내며 걸었다. 씨근대던 숨은 금세 잦아들었다. 덴시치는 시야에서 마지막으로 그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뭔지 모를 더운 냄새가 났고, 불이
꺼진 채 잠겨진 강의실이 많았다. 점차 걸음이 느려졌다. 충동적인
감정이 조금 창피해지고, 현실이 늘 그렇듯 조금 막막해짐과 함께 포기하고 싶어질 때였다. 저 멀리 모퉁이에, 불이 켜 진 강의실이 있었다. 덴시치는 길게 뻗은 복도를 조용조용 걸었다. 아까는 눈치 채지 못했다. 낡은 대리석 바닥 위에 울리는 발소리는 퍽 거슬렸다.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을 걸어 문 앞에 겨우 다다렀다. 조용하던 심장이 심박 수를 높이고, 손 안에는 차가운 땀이 고였다. 철제 문에는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라곤 없이, 그저 작은 플라스틱 명판이 붙어 있을 뿐이다. 2학년
– B 작업실.덜덜 떨릴 것 같은 손을 겨우 들어 노크를 했다. 어떤 대답도 없었다. 마른 침이 넘어간다. 한 번만 더, 용기를 내자고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 한 번 더 노크를 했다. 조용했다.
덴시치는 저도 모르게 둥그런 손잡이를 비틀어 열었다. 묵직한 문이 열리는 동안, 필사적으로 생각을 했다. 헤이다유가 아니라면, 강의실을 잘못 들어온 것 같다고 변명해야 하는데. 만일 헤이다유가
맞다면. 그러면 무슨 말을 하지. 무슨 낯으로, 고개를 들지.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허리를 곧게 펴고, 이젤 앞에 앉은 모습. 손에는
연필이 들려 있고, 흰 캔버스 위에는 선이 몇 개인가 그어져 있다.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오는 헤드폰. 노크 소리를 듣지 못했을 법도 하다. 남자는
뒤돌아 앉은 채였다. 깔끔하게 단정된 머리카락. 어두운 와인
색 티셔츠. 반팔 소매 아래로 뻗어 나온 팔은 형광등 조명 아래 창백하게 보였다. 팔의 근육이 획이 하나 그어질 적마다 올랐다 내려앉고, 희미한 리듬에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귀 옆으로 흩어지는 머리카락. 덴시치는
차마 다가갈 수 없었다. 등을 톡 건드리거나, 큰 소리로
말을 걸 수도 없었다. 팽팽한 공기. 날카로울 정도로 집중하는
것이 여기까지 와닿았다.
이 사람이 헤이다유건 아니건, 이런 순간을 방해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머릿속이 냉정을 되찾았다. 정말 헤이다유를 만나서 이야기를, 사과를
하고 싶은 거라면 사키치나 란타로에게 연락처라도 물으면 그만이다. 만일 헤이다유가 아니라면 폐도 그런
폐가 없다. 그렇게 결정하고 걸음을 반 보 물렸다. 그 순간이었다. 그가 돌아 보았다.
닌온리에 배포본 무사히 나가게 되면 이걸로 할것같습니당 아마 전개 대부분 금짜일것같고..막화는 배포 풀고나서 한참있다올리던지 말든지 할라구요~~뭣보다 아직 배포 할지도 안정해진거라...ㅠ0ㅠ 흑 오랜만의 장편 잘 부탁드립니다...
대학생 현패러 AU입니다~~
누구나 후회는 한다.
그 어떤 호인도 작은 후회는 하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더 잘 해 줄걸, 혹은 그 때에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등의 후회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쩔
수 없이 쌓이는 퇴적물 같은 것이다. 삶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자면, 굽이치는
곳에 후회가 깎여 쌓인다. 사람마다 그 무게나 빛깔은 천차만별이어도,
후회는 시간이나 죽음만큼 평등한 인류 공통의 감정이었다.
쿠로카도 덴시치. 그 또한 그 앙금에서 벗어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은 그에게 인정하기 힘든 일이기도 했다. 덴시치는
우수했다. 현 사회가 학생을 평가하는 데 쓰는 잣대나 기준으로 재 보아, 그리고 뭇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눈길로 보아도 그랬다. 문무겸비, 외모 준수한 데다가 풍족한 가정에서 자란 그에게 후회 같은 미적임은 영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꽤 일정한 주기로 후회를 했다. 오늘 같이 바람조차
좀체 불지 않는 습하고 더운 밤이면 누운 채 잠들지 못하고 괜히 뒤척인다. 생각을 반복하고, 결국에는 떨떠름하고 쓴 맛이 남는 기억을 되감는 꿈을 끝으로 밤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서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하자면 금방 잊히는 정도일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자격증 시험이며 외부 영어 시험 따위를 되짚자면 멀어지는 일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덴시치는 꽤 자주 떠올렸다. 그리고 후회했다.
그 날, 아무 말도 않았더라면.
--
여름 방학을 맞은 대학은 한산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유급을 면하기 위한 추가 수업이며 시험에 매달리는 학생들로 북적이던 도서관도 비로소 비수기를 맞았다. 덴시치는
이 시기가 가장 좋았다. 자격증 시험 공부를 하고 있어도 눈치 보이는 일도 없고, 얼굴만 겨우 아는 동기가 커피나 식사 핑계로 귀찮게 들러붙어 이것저것 질문을 해 대는 일도 없다.
유급 추가 시험이나 수업 따위는 덴시치와 몇 광년 쯤 떨어진 이야기였음에도, 덴시치는 거의 매일 도서관에 오곤 했다. 여름 방학이나 겨울 방학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습관이었다. 삼 학년 중반을 맞이하는 지금까지 흐트러진 적 없는 생활. 덴시치는 가장 조용한 구석에 앉고는 벌써 손때가 묻기 시작한 책을 꺼냈다. 고급반
자격증 책은 길이 들 대로 들어, 손 닿는 대로 부드럽 펼쳐진다. 앞으로
시험이 삼 주정도 남았다. 미리 이 자격증을 따 두어야 졸업 후 취업이나 더 높은 수준의 라이센스까지
도달할 수 있다. 활자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간밤의
꿈으로 어수선했던 생각은 금세 제 자리를 찾는다. 형광펜 그어지는 대로 흐르는 시선. 필기에 바쁜 오른손. 덴시치는 말 없이 잠겨들었다.
화장실 한 번 가는 일이 없이 내내 몰두해있던 덴시치가 일어선 것은 점심 시간이 다 되었을 때였다. 도서관을 나서다 익숙한 어깨를 툭 두드리자, 말 없이 따라 일어선다. 사키치와는 초등학생일 적부터 쭉 같은 학교였다. 성격이 맞아 곧잘
붙어 다닌 터라, 덴시치와 사키치를 한 셋트처럼 생각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대학에 와서도 그건 별 차이가 없어서, 점심은 웬만하면 늘 사키치와
먹는다.
“오, 사키치 안녕.”
그저 그런 맛의 학식을 앞에 놓고 앉자니, 학생 무리
몇이 사키치에게 인사를 하고 멀어진다. 이럴 때면 조금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딱히 사키치에게 독점욕이 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임을 실감하는 때이다. 사키치와 자신의 다른 점. 덴시치는 쉽게 겉돌았다. 스스로도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고 있다. 높은 프라이드와 쉽게 가시 돋는 말투. 다만 고칠 필요를 못 느꼈을
뿐이다. 에스컬레이터식 학교에서 십 년이 넘게 함께 해 온 친구들은 별 무리 없이 덴시치를 받아들여주었다. 과 활동에 관심도 전무하고,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는다. 덴시치는 이대로가 편하다고 생각하며 밥을 떠 넣었다. 김이 끼치는
흰 밥에선 고소한 쌀 냄새가 풍겼다.
“그러고보니, 나 얼마 전에 헤이다유 봤어.”
반찬을 집던 손이 뚝 멎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들려 오는 그 이름은 진저리가 나도록 아팠다. 덴시치는 저도 모르게 표정을 굳혔다. 딱딱한 응어리가 죄책감만큼 무거웠다.
“미대 쪽 건물에서 나오고 있더라. 하긴 이전에 란타로가 헤이다유가 우리 학교 다닌다고 한 것
같아.”
“……그래.”
“재수했던가봐. 우리 입학할 땐 그런 말 못 들었거든. 오랜만이라
인사 했어.”
“……응.”
딱딱하게 굳은 얼굴은 좀처럼 원래 표정으로 돌아오질 않았다. 억지로
대답을 해 보지만, 누가 들어도 못마땅한 소리만 겨우 빠져나올 뿐이다.
“덴시치, 같은 서클 아니었어?”
“…맞아.”
같은 다도 동아리였다.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때까지, 줄곧 같은 동아리 활동을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꽤 엇갈림이 있었다. 격일로 다른 서클 활동을 하던 헤이다유와 다르게 덴시치는 다도 동아리 활동만을
했으므로, 의외로 자주 마주치지 않았다. 반도 다르고, 동아리도 어긋나는 시간대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덴시치에게 헤이다유의
이름은 천근같은 무게였다. 어느 밤이면 뒤척이며 후회에, 죄책에
이를 꾹 사려물게 하는 무거움이었다.
“예전에 꽤 친했잖아. 모처럼 다시 같은 학교가 됐으니…”
“미안. 나 속이 안 좋아서.”
그 때만큼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이 아니었다. 정말
욕지기가 치밀었다. 속에 든 음식들이 일제히 역류하려는 듯, 목울대가
울컥대며 토기가 올라왔다. 식판을 내팽겨둔 채, 덴시치는
뛰는 듯한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걸어 잠그고 고개를 내리기가 무섭게 토했다. 멍하고 지끈거리는 머리로 잠시 생각했다. 아까 들은 이름. 사사야마 헤이다유. 그리고 과거의 자신이 지었던 구역질나는 죄. 이제 와서는 사과할 수도, 무를 수도 없다는 점에서 더욱 끔찍하게만
느껴지는 그 실수. 세월이 얼마나 흘러야 덤덤해질는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아직도 자신은 그 일에 대한 악몽을 꾸는데, 그런 날엔 더 무거운
후회가 어깨를 짓눌렀다. 네가 이 정돈데, 헤이다유는 어떻겠어. 귓가에 바로 입술을 대고 속삭이는 감정에는 이름이 없었다. 질척하게
뭉쳐 끔찍하게 어두운 색이라는 것만 아는 채, 덴시치는 한 번 더 토했다. 머리가 아팠다. 그조차 같잖고 역겨웠다. 내가 무슨 권리로. 밖에서 걱정스러운 사키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를 지우려 연거푸 물을 내렸다. 싫은 소리는 사라지질 않고, 그저 머리 한 구석에 남았을 따름이다.